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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와 이레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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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이들을 위해 계곡으로 갔다. 이번엔 제발 실패하지 않기를! 이것이 벌써 몇 번째인가. 이곳은 물이 말라 있고, 저곳은 어제 내린 비로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가고 있었다. 또, 어떤 곳은 수심이 1.3m(첫째의 키가 1.3m이다.)

나는 실로 짜증이나 있었다. 발도 못 담그는 계곡 따윈... 이번에도 실패하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결심하며.

신랑이 좋은 곳을 발견했다고 한다. 수심도 얕고 물도 깨끗하고 풍경도 좋단다. 그래서 위치를 물으니 나보고 지도 앱을 한번 찍어보란다. 찍어보니 2시간 10분...  
그렇지. 이 좋은 날씨에 다들 우리처럼 꾸역꾸역 나왔겠지.
어쩜 가는 방향도 다 똑같아...
그러자 신랑이 말했다.
“그거 안 막혔을 때 시간이야. 더 추가될 수도 있어.”
내 이마가 빠직거렸다.
“뭐야! 강원도야? 그 시간이면 속초를 가겠다.”

차에 앉고도 입이 복어처럼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독을 쏠 것처럼 뾰로통 앉아있었다. 첫째는 멀미라고 난리다. 중간 정도 왔을까? 순간 계곡 비슷한 것이 얼핏 지나갔다. 계곡인가? 신랑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계곡 쪽으로 뛰어갔다.

저 멀리 나에게 손짓했다. 너도 같이 정찰하자고. 난 싫다며 손사래 쳤다. 이런 계곡은 반드시 장사치들이 ‘아이고 호구 오셨습니까~’하며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 멀리서 신랑이 엑스 표시를 했다. 뭐야 결국 아니구나~ 차 안으로 들어와 안전띠를 하는데 신랑에게 전화가 왔다.
“왜 안 내려와?”
“거기 아니라며?”
“아니 돈을 안 받는다고.”
신랑은 분명 돈 표시를 했다는데 50m 밖에서 그게 보일 리가...
하여튼 공짜라는 소식에 앗싸 가오리를 외치며 양손 가득 짐을 쥐고 재빨리 내려갔다.
‘여호와 이레구나! 나와 아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멈추게 하셨도다!’

좋은 자리가 많았다. 재빨리 자리를 폈다.
자, 가라! 청개구리들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아이는 폴짝폴짝 돌덩어리를 건너 물속으로 퐁당.
튜브에 턱-하니 앉아 물아일체가 되셨다. 수염 난 큰아들(?)까지 물속에 밀어 넣고 나는 자리에 누워 가만히 지켜본다. 그렇지. 밥 줘! 엄마~ 엄마!! 엄마-아!! 이런 소음 없는 나만의 시간이 진정한 힐링이어라.

그렇게 물놀이를 하다가 아이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왔다.
“왜 나왔어?”
“추워서”
하늘을 보니 방금까지 있던 해가 구름 속에 숨었다. 아이들은 수건으로 몸을 감싸며 오들오들 떨었다. ‘여름인데, 덥기는 매한가지인데 해 하나 없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다르네.’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없으니까 그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우린 꼭 없어야 기억한다.
“아, 해가 없네. 왜 없지?” 물놀이는 하고 싶은데 해가 안 나오니 아이들이 안달이 났다.
“해 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안 추운데.”

아이들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해가 삐죽 고개를 든다. 아이들은 수건을 집어 던지고 또 물속으로 얼른 뛰어간다. 그리 해를 찾더니 해가 비추자 또 놀기 바쁘다. ‘어머, 나네~’ 힘들 때는 그리 하나님 주님 찾더니 일 해결되면 건망증이 도는 나, 잊으면 안 되는데 자꾸 잊는다. 나이를 핑계 대며...

해가 나오자 주변이 환하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햇살을 맞으며 물놀이에 흠뻑 빠졌다. 가만있을 수 없지. 게으른 몸을 일으켰다. 햇살에 적당히 데워진 돌덩이에 궁둥이를 붙이고 시원한 물속에 발을 넣으니 이 또한 힐링이어라. 발 사이로 작은 물고기 떼가 쓱쓱 지나간다. 산바람도 아쉽지 않게 분다.

날아간다. 내 짜증이.
진짜 여호와 이레다.
그 품에서 잘 쉬었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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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7/23/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