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어느 날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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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진 안 되던 게 오늘은 된다고?

"늦게 들어오면 안 돼." "너무 일찍부터 술 마셔도 안 돼." 적어도 고3 때까지 늘 듣던 친숙한 잔소리들. 간혹 밤늦게 들어온 날이면 친구들과 어디서 무얼 했는지 꼼꼼히 물어보시던 부모님. 그런데 대학생이 되고 정확히 만 18세 딱지를 뗀 순간부터, 좀 늦어도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왔는데도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심지어 성인이 됐으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 말씀하신다. 악의적인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고작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고 갑자기 관대해진 부모님이 살짝 혼란스럽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한다고 내가 해본 게 있어야지. 여태 안 된다고 했던 것들이 고작 나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다니.

우리나라는 고3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그중에 주어지는 자유. 덜컥 주어진 해방감에 약간 허탈하기도 했던 성인이 된 하루 만에 든 실망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만 18세가 주는 의미조차 모른 채 그 나이만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다며 그토록 참고 기다렸다. (무얼 위해서?) 내 삶의 기준이 단순한 숫자에 맞춰진 셈이다.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안개 속에 휩싸인 기분에 빠져있을 즈음, 마음을 새로이 일깨워 준 인생 멘토의 한마디. "인생,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또 왜 그러한지 정확히 알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옳은 신념을 세우고 제대로 행하며 살아야 한다." 모호했던 내 삶의 기준이 이제야 베일을 벗은 듯하다. 나이만 됐다고 무조건 허용되기보다 잘 다루고 이용할 줄 알아야 유용하다. 내면의 실속을 차리는 것이 곧 내 안에 가치관을 심는 일이고,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지탱할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온전한 가치관을 잣대로 삼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알게 되니, 다시금 내 삶이 귀하고 가치 있게 다가온다.

세상 모든 게 그러하듯 어느 한날,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건 없다. 만물도 때를 따라 자라나듯 나를 견고하게 길러내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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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0/3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