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모자(母子)동색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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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동색(草綠同色)
풀의 빛깔과 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마련이라는 의미

“그렇게 핸드폰 보다가 시간 훅~ 지나간데이~”

목이 말라 부엌으로 가던 길, 거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보고 한마디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잔소리를 참을 수가 없다. 아들은 억울하다며 몇 마디 하더니 책을 꺼내는 시늉을 한다.

중학생이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열심히 해서 시험을 잘 친 적도 있고, 긴장감 없이 공부하다 망치고 후회하기도 했다. 아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처럼 스스로 겪고 성장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조바심에 괜히 쓸데없는 잔소리만 쏟아낸 건 아닐까.

'남의 인생'만 보다가 자기 인생 제대로 못 산다.’ 디지털 세태를 나무라는 글귀를 보고 뜨끔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도 아들 못지않게 핸드폰을 많이 본다. 일하는 중 시간이 뜰 때, 습관처럼 손이 간다. 복잡하게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짧은 영상들, ‘남의 인생’, ‘남의 말’을 열심히 보고 있노라면 1시간,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아들에게 잔소리하기가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나도 이렇게 살면서, 아들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잔소리할 자격이 있을까.

아들은 나와 닮은 점이 많다. 그래서 종종 혼내기 민망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 행동이 낯설지 않아서, 이해가 되어서. 그 순간 나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초록은 동색이라 했던가. 그때마다 아들과 나는 같은 색, 같은 무리인 셈이다.

하지만, ‘나쁜 쪽으로는 동색이 되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그런 순간이 와도 당당하게 혼낼 수 있도록, 스스로 민망해지지 않도록 나부터 바꿔야겠다.

이제, ‘남의 인생’ 그만 보고 ‘내 인생’을 바라보고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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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11/4/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