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온통
물난리가 나 있는 것을 발견한 때는 추석 연휴가 시작 되는 날 아침이었습니다.
살펴 보니 수도꼭지 고장으로 물이 새어 이것저것 물건을 쌓아 놓은 베란다 바닥이 엉망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필 연휴가 시작 되어 사람 부르기도 어렵고 서둘러 귀성
채비를 해야 할 이 때...
흐르는 물을 막아 보겠다고?
전체 급수 밸브를 잠그고 고장 난 수도 꼭지 안을
비닐 등으로 정성 드려 꼼꼼히 채우고 그 위를 강력 테이프로 꽁꽁 동여 매었습니다.
‘이 정도면…’
임시방편으로나마 고장 난 꼭지를 틀어 막고 전체 밸브 열어 얼른 세수라도 할 요량이었는데, 밸브 열자마자 10초도 못 버티고 물어 새어 나오더니 이 내
콸콸 쏟아져 버립니다.
'흐르는 물을 어떻게 막겠다고...'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한 마디 뱉습니다.
‘흐르는 물 만큼 막기 어려운 것도 없겠다’
물을 막기 어려운 것은 물이 바늘구멍보다 작은 구멍에도 들(入)수 있을 만큼 한 없이 작아 질 수 있고, 더 없이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물이 지닌 2가지
덕(德)
한 없이 작아질 수 있음을 겸허(謙虛)라 볼
수 있고, 지극히 유연하여 어디서든 흐를 수 있음을 부쟁(不爭)의 덕을 갖추었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이 가진 ‘겸허’와 ‘부쟁의 덕’을 두고, ‘최고 좋은 것(혹 선한 것)은 물과 같으니 전혀 다투지 않는다’하여 ‘상선약수 부유부쟁(上善若水 夫唯不爭)’이라 합니다.
‘흐르는 물 만큼 막기 어려운 것도 없겠다’ 함은 겸허와 부쟁의 덕 보다 강한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한(前漢) 시대 유향(劉向)이라는 대학자가 쓴 설원(說苑)이라는 책에 한평자란 사람이 숙향에게 ‘강’(剛 굳세다 강)과 ‘유’(柔 부드럽다 유) 중에 어느 것이 더 견고한지를 묻고 답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든 나이의 숙향이 "내 (굳세 던)이는 다 빠졌지만 (부드러운)혀는 아직도 멀쩡하오"라고 답 하면서 무릇 모든 만물이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유약하지만, 죽은 후에는 단단하게 변하는 이치와 함께 부드러운 것이 능히 굳센 것을
제압할 수 있다(柔能制剛) 깨우쳐 주었다고 합니다.
정명석 목사께서도 ‘부드러운 것’이야말로 '대 걸작'이요 '보화'라는 표현과 함께
부드러운 물이 거칠고 굳센 바위를 깎아 형상을 만드는 이치를 말씀 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참 신앙인의 모습으로 마음과 생각과 행실을 부드러운 살 같이, 매끈한 물 같이 닦아 놓은 상태가 되어 있어야함을 강조 하셨습니다.
물의 덕을 지닌 순천(順天)자
‘도리에 순종하여 이치에 따라 흐름’을 두고 ‘순리(順理)’라고 합니다.
순리는 말 그대로 ‘순조로운 이치’인데, 순(順)이라는 글자는 누가 봐도 내(川, 물)가 흐르는 것에서 착안한 글자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물 같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두고
순리(順理)라고 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에게는 ‘도리’, ‘이치’라는 단어 보다 ‘하나님의 뜻’이란 단어가 더 익숙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기를 겸허하게 하고
만사에 전혀 다툼이 없는 사람
‘상선약수 부유부쟁’의 경지에 오른 이런 사람이야말로 '순천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