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이정명-
내가 자신있게 '할 줄 모른다.' 고 말할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요리다. 요리를 못하는 것이 자랑은 아니지만 그다지 부끄럽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어머니도 시집가서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음식 맛은 할머니를 닮았다고 한다. 흥미도 없었지만 '나도 나중에 시집가면 많이 할 텐데.' 라는 생각에 더 배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스물아홉이 되던 해, 요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1년 동안은 혼자 음식을 해 먹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전기밥솥을 사 들고 가면서 '어떻게든 먹고 살겠지' 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나를 보아온 한 친구는 나에게 무슨 요리를 해 먹겠냐며 그곳 사람들처럼 먹고 지내라며 구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정말 전기밥솥을 잘 사용했다. 배고플 때 밥하는게 귀찮았던 나는 항상 미리 밥을 해 놓았다. 아침은 밥 위에 계란을 올려놓고 간장과 함께 비벼 먹거나 고추장에 밥만 말아서 간단히 해결했다. 점심은 학교에 있으니까 대충 때우고 저녁은 할 줄 아는 요리를 동원해서 해 먹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간단히 요리를 하고, 텔레비전을 보며 식사하는 시간이 꽤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카레볶음밥, 햄볶음밥, 김치볶음밥 등 볶음밥이 가장 쉽고 간단히 먹을수있는 완소 메뉴였고, 가끔 기분 내키면 미역국이나 수제비를 해 먹었다. 마침 옆방에 요리 잘하는 한국 학생이 살고 있어 요리법을 물어보고 해 봤는데 꽤 맛있었다.
하지만 워낙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나인지라 다양한 음식에 도전하지는 않았다. 가끔 특식으로 가게에서 스파게티 면과 소스를 사 와서 스파게티를 해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1년 동안 감자와 양파를 정말 많이 먹은 것 같다. 어떤 요리를 해도 들어가던 재료였으니까, 다른 학생들은 새로운 요리를 배워서 각종 찌개는 물론 닭볶음탕, 탕수육까지 도전해서 성공하는 걸 봤다. 옆에서 기웃거리다 몇번 얻어먹었는데 꽤 맛있었다.
외국에서 보낸 1년 동안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요리이다. 그동안 요리에 대한 약간의 관심과 자신감이 생겼고,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할 때의 기쁨도 느껴 보았다.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것을 겪고 생각하게 해 준 러시아 언어 연수. 그 귀한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