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kyway Children’s Stories by Milk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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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참전 노병의 회고

글    주재형

그림 박희경



팔순을 족히 넘긴 듯 보이는 노인 한 분이 메마른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힘겹게 말을 꺼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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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베트남 전쟁 당시 백마부대에서 군목으로 근무했던 사람이올시다.

 베트남전이 한창 뜨거워 졌을 때 저희 사단에서는 독실한 기독교인 병사들만을 따로 뽑아서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의미의 '임마누엘' 중대를 만들었었죠. “


당시 파월 한국군 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산하 지휘관들에게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베트남 민간인을 절대 희생시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베트콩들이 이를 알고 그것을 역이용했던 때에 일어 난 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저희 사단이 관할하고 있던 작전지역 내에 ‘닌호아’라는 마을이 있었는데, 적들은 닌호아에 들어가서 진지를 단단하게 구축하고 베트남 민간인들을 방패로 앞에 내세워 우리가 공격 작전을 제대로 펼 수 없게 했지요. 사실 그 정도 마을이라면 그냥 박격포 퍼부어서 쉽게 적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지만 민간인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대신 임마누엘 중대를 보내 적을 평정하기로 결정했었습니다.“



당시가 떠오르는 지 노병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임마누엘 중대는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중대니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적을 물리치고 반드시 승리하리라고 저도 또 중대장도 사단장도 굳게 믿었었죠.“



그런데 막상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왔습니다. 적들이 민간인들을 방패삼고 그 뒤에 숨어 사격을 가해왔기 때문에 임마누엘 중대는 제대로 공격 못 하고 처참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부대원이 전사했고 중대장도 큰 부상을 입은 체 가까스로 살아 돌아와 육군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 때 이 노병은 입원해 있던 그 중대장을 찾아가 직접 만났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가장 모범적인 기독교인 장교였죠. 그랬기에 특별히 선발 되어 임마누엘 중대의 중대장이 됐던 것이었습니다. 기도함으로 하나님이 함께 해서 적을 멸하는 부대, 하나님을 믿는 자가 이기지 않느냐 방송도 하고 하겠노라 훈련도 특히 많이 하고 옛날 다윗과 같이, 기드온 삼백용사같이 하고자 했던 사람인데...”


“하나님이 살아 계신다면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우리는 출전할 때 찬송가를 부르고 아주 간절하게 기도도 드렸다.

그런데도 처절하게 패했다. 이는 분명히 하나님은 살아 계시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렇게 크게 낙심한 중대장은 결국 신앙을 저 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과연 하나님께서 왜 역사를 하지 않으셨을까?’


이 노병 역시 중대장을 직접 만나 사연을 듣고서 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 했었다고 합니다.

같은 사단의 한 병사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듣기 전 까지 말입니다.


그 병사는 정 병장이었는데...



“생각이 잘 못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온 세상 비와 눈을 똑같이 내려 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아들딸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에는 적이지만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다릅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그들을 내 이름으로 가서 죽이려고 하냐? 잘못 되지 않았냐?’ 말씀 하시는 것을 제가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그들 역시 구원의 대상이며 길 잃은 양떼와 같은 상황인 것입니다. “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뒤에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 정 병장은 월남 파병을 2번이나 왔으며 정말 수많은 전투 중 단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적조차 하나님의 ‘사랑하라!’는 음성을 듣고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둘 다 살았으며 이 후 여러 전투에서도 큰 전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분명하게 들었다고 말하던 정 병장의 빛나던 두 눈동자가 노병의 눈에 아직까지 선연하게 잡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때 부터 아흔아홉 마리 양을 내 버려두고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시는 하나님의 ‘심정’의 세계에 대해 더 바르게 인식할 수 있었답니다.”

어떤 사람에게 양(羊)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양을 찾으러 가는 것이라 성경은 일러주십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 한 마리로 인해 더 기뻐하리라" 하는 것이 참 목자의 심정입니다.


비록 우리가 보기에는 원수 같은 자라도. 또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자라도 업신여기거나 원수 시 하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과 같이 대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그 역시 하나님께서 간절히 찾기를 원하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마침 쌀쌀한 겨울 날씨를 녹여 주려는 듯 노병의 등을 따뜻한 햇살이 쓰다듬어 주고 있습니다.

 (2021.2.7 주일말씀 중 일화를 바탕으로  주재형 각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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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10/2021